재미탐구영역/책

므레모사

마법달팽이 2022. 3. 19. 17:57

발랄하고 깜찍한 그림의 표지를 가진 책을 발견했습니다. 

제목은 처음보는 알 수 없는 단어 <므레모사>, 작가는 김초엽.

동일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록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봤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도서를 대출했습니다.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어버린 주인공 유안이 비밀에 싸인 이르슐의 렘차카 특별 구역 내 므레모사라는 마을로 여행을 떠나는 무리에 동참하게 되면서 소설의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펍을 운영하다가 망하고 여행에 나선 '레오', 여행 유투버 '주연', 대학원생으로 관광학을 연구하고 있는 '이시카와', 태국의 기자 '탄', 은퇴하고 다크투어를 즐기는 '헬렌', 그리고 주인공 '유안'. 이렇게 6명의 여행자 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투어 모집에 응모하여 어렵게 당첨된 사람들이였습니다. 

 

원인 불명의 화재로 공장과 연구소가 불에 타며 유출된 오염물질로 렘차카 특별 구역과 인근 도시가 황폐화 되었습니다. 죽음의 땅으로 변한 렘차카 구역은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여겨졌지만 세월이 흘러 귀환자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들이 모인 마을이 므레모사였습니다. 

 

해괴한 소문이 많은 지역이였지만 경제적 활로를 찾기 위해 투어를 기획하여 첫 참가자들을 맞이하면서 조금씩 므레모사 마을의 비밀이 밝혀지게 됩니다. 

도움을 베풀러 왔고, 구경하러 왔고, 비극을 목격하러 왔고, 또 회복을 목격하러 왔어요. 그래서 실컷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행복한 결말 아닌가요?  - 179p

 

표지 디자인만 보고 밝고 경쾌한 내용을 예상했지만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이였습니다. 읽는 내내 작가의 상상력과 묘사에 흠칫 놀라면서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이야기를 따라 갔습니다. 주말에 가볍게 읽을 소설로 골랐는데..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묵직하게 전해지는 알 수 없는 기분을 음미하며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봅니다. 

 

재앙과 같은 사고는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지 않은 가능성으로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휘말린 사람들과 그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마음속에 흉터가 생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는 상황이 가능한 일어나지 않기를, 그래서 비극적인 상황으로 내달려야만 하는 사람들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하고 불가능할 것만 같은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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