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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 너머의 아름다움

마법달팽이 2022. 3. 29. 21:13

기교 너머의 아름다움 / 최광진 / 현암사

소박함에 대한 정의나 그 속에 담긴 철학 같은 것을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소박함을 동경하고 좋아합니다. <기교 너머의 아름다움>이라는 책 제목과 표지에 담긴 막사발의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소박함을 주제로 한국의 미술을 살펴보게 되는데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고, 읽기 어려운 내용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초반부에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과 미학에 대한 관점을 서술한 문장들은 상당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팽배하고 돈을 절대시하는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소박'이라는 주제는 왠지 사회적 요구와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화려한 물질문명에 취해 정신없이 달려온 인간 문명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과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각종 환경오염과 기상재해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p. 5
미술 작품이 소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시대를 초월하여 통용될 수 있는 미의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과 전통이 있어도 그것을 해석하고 읽어낼 수 있는 미학이 없으면 예술작품은 그냥 쓸모없는 물건일 뿐이다. -p. 9
인간의 문제는 항상 이분법적으로 만든 편협한 지식과 규범을 실제와 동일시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러한 도구적 이성이 권력과 결탁하여 선을 명분으로 한 폭력이 자행된다. -p. 18

 

소박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는 부분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소박은 아끼고 절약하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근본과 본질을 직관할 수 있는 통찰력과 비본질적인 것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적극적인 용기다. -p. 20

 

집이라는 공간을 문화와 연결시켜 전통 건축을 해설하는 내용은 우리 건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지만 언젠가 내 집을 짓게 된다면 자연과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서 지어보리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집이 문화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기능적인 필요 이상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야말로 그 민족의 문화 의지와 삶의 철학이 농축된 공간이다. 전통 한옥에는 한국인 특유의 자연 친화적인 세계관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 -p. 63

 

책 속의 문장들을 따라가면서 우리 문화와 예술에 대해, 희미해진 공동체의 결속에 대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본질과 관련하여 현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략) 현대인들은 극도의 정신적 피로감 속에 인정과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본질에서 분명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증거다. -p. 310
이 책에서 정의한 '소박'의 개념은 단지 아끼고 절약한다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신의 천진한 본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그럴때 우리는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p. 312

 

미술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터라 쉽게 읽어내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4장의 추상화된 현대 미술 부분은 저자의 설명과 자료 사진에도 불구하고 읽기도 공감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미술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탓이려니하고 넘겼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읽는 내내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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