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로 오랜기간 일을 하였고 책과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이라는 부제 처럼 저자가 살면서 배웠던 것들과 공부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로 가득합니다. 공부와 배움을 대하는 경쾌한 마음가짐을 보면서 학업을 마친 이후에 배움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가벼워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검열을 너무 많이 하면 나중에는 판단력이 흐려진다. 자기 회의도 가끔만 해야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질 때는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별로 기대하지 않아야 부담이 없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대충 시작했다가 마음에 들면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선택과 집중의 시기를 지나 균형을 잡게 되면 무엇을 배웠건 그 분야에 관해서는 한결 깊어진 눈빛을 지니게 될 것다. - 27p
살면서 무언가 막혀서 더는 나아가지 못한 채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휴식을 취하거나 심리적, 정신적인 환기를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저자는 책을 읽거나 새로운 배움을 통해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배우는 것이,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이 저자의 말처럼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다면 괜찮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현재의 삶에 갇혀 더는 생각이 자라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는가?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용기를 내야 할지 모를 때,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축적된 책을 읽거나 새로운 걸 시도하고 배운다. 이성적으로 사고하든 감성적으로 대책 없이 골라잡든 일단 뭐라도 읽고 배운다. - 57p
외국어를 배우기위해 시간과 노력과 돈을 써보지 않은 사람을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해서, 유익해서, 회사나 부모님에게 강요당해서 등 이유는 다르겠지만 도전에 따른 좌절감을 맛보고 스스로의 한계를 정해버리거나 도망쳐버린 경험은 그리 특별한 사례는 아닐 것입니다. 저자는 언어를 배우는데 있어서도 재미와 즐거움을 더하고 문법과 암기에 너무 큰 비중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조금씩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외우라고 강요하지 않는 게 우리 수업의 유일한 불문율이었다. 제아무리 멋지고 좋은 일도 힘들면 계속하기 어려우니까. 어떤 일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 -77p
다소 산만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를 공부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얻은 결론이자 희망사항은 하나다. 시작은 미미해도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계속해나가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경지에 도달하리라는 것. 이른바 공부에 스며드는 삼투압 효과를 기대해보자는 이야기다. 취미생활로 공부만한 것도 없다. 그리고 언어의 세계는 끝이 없다. 공부의 최전선에 나서보기에 충분할 만큼. -151p
입에 담기도 싫고 눈을 돌려버리고 싶은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요즘의 세태에 대해서 저자는 책과 멀어져 독서를 하지 않는 현상이 그 원인의 하나라고 합니다. 책보다 쉽게 접할 수 있고 우리의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는 무수히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시간을 가볍게 흘려보내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문자를 읽고 의미를 곱씹는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뭔가 따분하고 힘든 활동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얻는 것들의 중요성이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른 매체를 통해서가 아닌,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는 것은 좋아하는 책을 찾아서 읽는 경험이 쌓여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니, 애초에 독서를 멀리하는 사람이 이러한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하겠습니다. 특히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통과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다면 아이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고, 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되면 우리 사회 전체가 더 풍요로와 지리라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책상에 앉아 교과서와 씨름하던 어린 시절의 나 스스로에게 간절히 말해주고 싶은 것중 하나가 뇌가 말랑말랑 할 때 좋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으라는 것입니다. 이 말이 그때의 나에게 전해진다고 해서 입시공부에 지친 정신을 비집고 책을 읽을 시간과 마음을 끄집어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독서는 책을 읽으려는 행위를 넘어서 인생을 배우려는 마음 그 자체다. 동시에 배우려는 마음을 북돋우기도 한다. 사람은 독서를 통해 정보처리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고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어느 정도 교양을 갖추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 교양 속에는 사물에 관한 판단력이나 향학열 그리고 넓은 의미의 윤리관도 포함된다. 개인 신념의 근원이 되는 윤리관이나 이해력은 많은 책을 읽으면서 길러진다. 높은 독서력이 윤리관이나 이해력을 길러준다면 현재 윤리관이 무너지는 것은 독서력 저하와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 171p
혼자서는 읽어낼 엄두가 안나는 책을 읽거나 외국어 공부의 한 방편으로 윤독모임이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 낭독회나 작가의 출판기념회 등에서 출판물의 일부를 낭독하는 경우는 본 적이 있어도 모임의 구성원들이 조금씩 나누어 소리내어 읽고 듣는 활동은 생소합니다. 저자의 경험과 설명을 보면서 가까운 사람들과 좋은 책을 골라 윤독모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기에는 눈이 너무 흐려진 가족들을 초대하거나 찾아가서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의 그레구아르 처럼 낭독회를 여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텍스트를 큰 소리로 읽을 때 자신의 목소리, 호흡, 복부 근육, 횡격막 등의 신체 기관 전부가 함께 연결되며, 그 결과 텍스트를 전달하게 된 목소리와 호흡을 만들어내려는 욕구 속에서 생명력이 도약하는 것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큰 소리로 읽기는 단순히 발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정신과 육체의 교감이다. 이를 통해 침체된 기운을 회복하면서 자발적인 치유가 일어나는 것이다. -183p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늘 의식하고 스스로를 살피는 것을 소홀히 하는 행위를 경계하기를 당부하면서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늘 타자의 시선을 통과해서 자신을 다시 만난다. 다른 이의 행동을 보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 매몰되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더는 발전하거나 성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서 남들보다 앞서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외부의 시선에 너무 휘둘리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행동할 뿐 정작 자신의 욕망을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다. -191p
내가 욕망하는 바를 안다고 해서,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서두르거나 무리해서 달리고 싶지는 않다. 당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분명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테니까. 순간의 작은 성취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라도 온전히 누려볼 것. 나는 그렇게 작은 일에도 큰 일에도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192p
늘 무언가를 배우고 크고 작은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시간과 비용도 생각해야 하고 여러가지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업에 매달려 심적,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지기 쉽지 않겠지만, 저자처럼 배움과 공부를 조금은 가볍고 경쾌하게 대할 수 있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가볍게 배우고 공부하다보면 인간관계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그만큼 풍요로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배움에 대한 기록과 태로를 보면서 '공부'라는 단어 자체에서 느끼는 무게감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멀찍이 미뤄두기만 했던 이런저런 배워보고 싶은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며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재미탐구영역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처(The Archer) (0) | 2022.04.18 |
---|---|
지구 끝의 온실 (0) | 2022.04.17 |
기교 너머의 아름다움 (0) | 2022.03.29 |
라틴어 수업 (0) | 2022.03.28 |
므레모사 (0) | 2022.03.19 |